2009년 5월 23일 14줄의 짧은 유서 한장을 남겨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세상과 작별했다. 그를 떠나보내기가 못내 아쉬워 빈소와 분향소에는 그를 만나려는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는 떠나갔지만 고인이 남겨놓은
정신과 과제는 너무 많다. 고인이 생전에 꼭 이루고 싶어했던 정치개혁과 국민통합, 권위주의 청산, 남북평화가 바로 그것이다. 거칠지만 소박하고도 서민적인 그의 말들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려본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다. 적어도 "분하고 서러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이 없는 세상"을 원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에서 보여주듯 그런 세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먹는 거, 입는 거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는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만일 이런 세상이 좀 지나친 욕심이라며는 적어도 살기가 힘이 들어서 아니면 분하고 서러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일이 좀 없는 세상 이런 것이라 하겠습니다" (13대 초선 국회의원 당시 첫 국회발언 중에서)

"사람은 자기가 설 자리에 서야 합니다. 남자는 죽을 자리라도 가야 할 땐 가야 합니다" (1992년 14대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이후)

문제를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는 승부사 기질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으로 꼽힌다. 권력에 굴하지 않는 정신, 비굴하지 않는 삶……. 이는 노 전 대통령이 끝까지 고민했던 과제였을 것이다.

"손해를 본다고 해서 보따리를 싸는 철새 정치인은 될 수 없다" (1995년 민주당 탈당설을 일축하며)



"결코 굽히지 않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살아있는 영혼이, 깨끗한 영혼을 가지고 이 정치판에서 살아남는 증거를 여러분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남기고 싶었습니다." (1995년 6월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그는 지역으로 나뉘고 계층이 나뉜 세상을 하나로 통합하는 꿈을 꿨다. 국민이 주인 되는, 국민이 진정 대통령인 시대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권력기관을 움켜쥐지 않았다.

"검찰의 중립은요, 정치인들이 검찰의 중립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검찰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검찰의 독립이라는 것은요, 검찰 스스로 품위를 가지고 지켜나가십시오. 제가 그걸 못 지킬 만큼 강압적으로 하지 않겠습니다" (2003년 검사와의
대화 시간에)

"이제 대통령의 초법적인 권력
행사는 이상 더 없을 것입니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이른바 권력기관을 더이상 정치권력의 도구로 이용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이들 권력기관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리겠습니다. 더이상 정치사찰은 없을 것입니다. 표적수사도 없을 것입니다" (2002년 5월 토론회)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주권을 가진 시민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대통령을 욕하므로써 주권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면 전 기쁜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어록중)

"동과 서를 하나로 합쳐서 광주에서 콩이면 부산에도 콩이고 대구에서도 콩인 옳고 그름을 중심으로 해서, 인물과 정책을 중심으로 해서, 그렇게 정치를 해나갈 수 있는, 그래서 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를 이 노무현이 열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장인의 좌익경력을 공격받자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며 반문한 대목은 훗날 권양숙 여사가 메일 편지를 통해 "고마웠다"고 밝혔을 만큼 진한 감동을 주었다.




"제 장인은 좌익활동을 하다 돌아가셨습니다. 이런 아내는 제가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여러분, 이 자리에서 여러분들께서 심판해 주십시오" (2002년 4월, 당내 경선 과정에서 장인의 좌익경력이 공격받자)

그리고 대통령 퇴임 이후 고향을 찾은 노 전 대통령은 마음 속 응어리를 다 토해내듯 크게 소리쳤다.

"오늘 제가 딱 말놓고 하고싶은 얘기 한마디 하겠습니다. 야~ 기분좋다" (2008년 2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고향 봉하마을에 도착한 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현실의 벽이 그만큼 무겁고 두터웠다. 그의 발언 속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들을 살펴본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했고,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단 말입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그 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하고 고개숙이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줬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놈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였습니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더 쎄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반드시 청산돼야 합니다" (2002 대통령 취임사 중에서)

"남을 그야말로 부당한 방법으로 짓밟아 놓고, 항의한다고 또 한번 밟고, 맛 좀 볼래? 뒷조사하고 가족 뒷조사하고 집중적으로 조지고, 이런 횡포가 우리사회에서 용납돼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정의의 문제입니다"

"지역구도는 반드시 해소돼야 합니다. 지역구도 이대로 두고는 우리 정치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를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바꾸는 힘은 국민 여러분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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