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는 인터넷이 연결되기 전에 아내에게 오프라인으로 쓴 글을 아내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아주 개인적인 부분은 삭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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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윤경에게

여보! 우리가 결혼하고 나서 단기선교 말고 이렇게 멀리 그리고 오랫동안 소식도 없이 떨어져 본적이 없지? 하루 하루를 살고 있기는 한데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참 알 수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어.
많은 사람들은 관광으로 이곳을 찾고 있지만, 삶의 자리에서 만나는 이곳은 참 낯설기만해. 아무리 좋은 곳을 보아도 당신이 없으니 그저 낯선 곳이야.

인터넷도 안되니 참 답답하네. 당신과 부모님과의 소통만 아니라면 이것도 괜찮은 것 같기도 해. 당신과 소통만 된다면.

이번주 금요일(오늘이 월요일이야)에 전화를 설치하기로 했어. 전화를 설치해야만 인터넷을 그 선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하네. 그래서 인터넷은 다음주에나 되야 될 것 같아. 이곳에서 기다림을 참 많이 배우는 것 같아. 김숙현(이하 하은엄마)집사가 참 많이 도와주고 있어. 하은엄마랑 아빠가 인터넷과 전화를 직접 알아봐주고 있어. 밥이라도 한번 사야겠어. 참 고마워. 하은아빠는 이곳에서 13년을 살고 프랑스 여행에 대한 책도 몇권 썼더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곳을 무척 잘 알고 잘 도와줘. 하은엄마 말로는 하은아빠가 누군가를 위해 이렇게 도와줘 본적이 없다고 하네. 부인이랑 아는 목사가 왔다고 참 많이 도와주는 것 같아. 처음에는 그들이 우리 교회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으니 차라리 다른 교회에 다니는 것이 참 좋다는 생각도 드네. 아마 우리교회에 나오고 있다면 이렇게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지금이 참 좋은 것 같아.

당신은 어때? 당신은 지금쯤 강화에 있겠다. 나 없이 시댁에 있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을 텐데.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 건강은 어때? 배가 점점 불러 오는데 몸은 불편하지 않은지? 유빈이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어.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도하고 있어. 물론 당신의 건강도 함께 기도하고 있지. 유라는 잘 놀고있어? 아빠 안 찾니? 빨리 인터넷이 되면 화상으로 만날 텐데.

산본 집은 어떻게 됐니? 팔렸어? 아니 그대로야? 전화하면서도 부모님과 통화도 못했네. 꼭 끝나고 나면 생각이나. 당신이랑 통화하는게 넘 좋아서 그랬나봐. 내일은 샹제리제 거리에 한번 나가보려고 해. 지나가다 보니 wifi된다고 기록해 놓은 것 같아서 전화기를 들고 한번 나가보려고 해. 맥도널드나 kfc같은 곳에 가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한번 들고 나가보려고. 되면 참 좋을 텐데..

그래도 이렇게 당신을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좋다.
멀리 떨어져 있어 더욱 그립고 사랑스러운 당신.
내게 당신이 얼마나 소중한지 점점 더 느끼는 시간이야.

우리 이곳에 오면 재미있게 보내자. 돈 쓰는 것은 참 무섭더라. 조금만 써도 훌쩍 돈이 나와. 이곳의 물가는 대단한 것 같아. 물론 찾아보면 싸게 살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로는 그래. 그리고 차가 없으면 참 불편한 것 같아. 차를 사려고 보니 무지하게 비싸기도 하고. 그래도 중고 아주 헐은 것이라도 하나 사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사람들이 그러더라 처음에 와서 사지 않으면 못산데. 그런데 할부라도 하려면 신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은행계좌에 돈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지난주부터 틈나는 대로 거리를 걷고 있어. 한 시간에서 삼십분 정도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아. 운동도 하고 거리에 익숙해져가기도 하고. 나 혼자 낯설어 하는 것 같아. 아무도 낯설어 하지 않는데...

동네는 무척 조용해. 약간 외진데 있어서 문화를 느끼고 프랑스를 느끼기 위해서는 지하철을 타고 나가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뭐 이정도면 좋은 곳 같아. 물론 차차 다른 집도 알아보려고 해. 일단은 이곳에서 익숙해지고 짐이 들어오기 전에 이사할 수 있으면 한번 이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시내 더 가까운 쪽으로.


교회 일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아. 지금부터 조금씩 계획해 놓았다가 천천히 하나씩 해야 할 것 같아. 지금은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일단은 말이야 여기는 바캉스라는 것이 있어.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몇 일 떠나는 바캉스가 아니야 한 달, 혹은 두 달씩 떠나. 프랑스 사람들은 이 바캉스를 위해서 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 이곳에서 사역하는 것이 쉽지 않겠어. 기도해야 할 부분이야.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으니 더 보고 싶다. 하루에 한번씩 유라랑 당신 동영상 보고 있어. 그것으로나마 위안을 삼고 있지.

또 편지할께 이 편지들은 인터넷이 연결되면 한꺼번에 보내게 될꺼야. 시간 날때 마다 조금씩 쓸께. 사랑한다. 내 마누라. 보고 싶다.

프랑스에서 당신의 사랑이...06/ 07/ 2009(여긴 날짜를 이렇게 쓰더라고 익숙해 지려고 나도 이렇게 쓴다.)

#2
여보 나야! 오늘은 무기력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어.
아침 일찍 샹제리제에 나갔었어. 당신과 통화를 해보려고 인터넷 전화기를 들고 여기 저기 무선을 잡아봤는데 안되네. 전화기에 문제인지? 가끔 전파를 잡기는 하는데 전화기랑 연결이 안되네. 어쩔 수 없지 뭐.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날씨가 구질 구질해서 그런지 마음이 자꾸만 가라앉는다. 그래서 밥 먹고 침대에서 뒹굴다가 정신 차리고 뭐 좀 해보려고 하다가 당신 생각나서 편지부터 쓰려고.

말을 못 한다는 게 참 어렵다.
문뜩 그런 생각을 해봐. 옛날에 노동을 팔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간호사로 오신 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나 보다 더 간절했을 텐데 그들의 외로움이 느껴져. 그분들 역시 나보다 더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어학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는 게 힘들다. 커피 한잔 마시고 마음을 가다듬어 봐야겠어.
여보 당신은 지금 강화에 있겠지? 내가 어제 편지에 이야기했나? 소포 잘 받았어.
얼마나 반갑고 마음이 짠하던지. 고맙다. 그런데 포장을 좀 잘해야 할 것 같아. 박스가  뜯어져서 왔더라고. 전체가 열린 것은 아닌데 한쪽에 구멍이 뻥 났더라고.

강화에 있는 내 책을 소포로 붙여야 할 것 같아. 배로 붙이면 한 달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가격이 싸니 그렇게 하면 내가 한국에 다녀올 때 다른 짐을 조금 더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아. 차라리 그게 좀 더 나을 것 같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니 어쩌니? 당신이라도 있으면 우리 가족이 알콩달콩 지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가고 싶다. 친구들도 그립고.

중앙교회가 참 좋은 교회라는 생각도 들고. 그 만한 교회가 없는 것 같아. 다시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날씨가 사람을 참 이상하게 만들어. 추워 벌써. 한 일주일 덥더니 이제 춥다. 반팔 옷 밖에 없는데 큰일이다. 밤엔 더 추워. 하늘도 잔뜩 흐리고 우중충해. 이게 유럽의 날씨인가봐. 며칠 덥더니 그게 다가 아니었나봐. 알지 못하고 들어온 것이 참 여러가지 힘들게 하네.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인터넷만 대봐라. ㅋㅋ 신나게 당신이랑 부모님 친구들과 소통할 거야. 소통의 부재. 이것이 요즘 화두다.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도 이렇게 소통이 안되고 있단 생각이 들어. 비가 오네. 라고 말하는 순간 널어 놓은 빨래가 생각났어. 후다닥 뛰어가서 걷고 왔다. 하하...
프랑스에서 내리는 비를 보는 것 처음이네. 오늘 나는 비를 경험하고 있다. 프랑스의 비. 세차게 내리네.

(잠시 사이를 두고)

비가 세차게 내려서 덧창을 다 닫았는데 비가 잠잠해 지네. 비 내리는 모습도 한 장 남겼어. 처음이라 다 중요하게 여겨지나 봐. 커피 한잔 하려고 물 올려놨다. 커피 한잔 마시고 뭔가 시작해야겠어. 여기 사람들의 폐쇄성이 조금은 이해가 되려고 해. 일주일 만에 너무 많은 것을 느끼려고 하는 것일까? 오늘부터 성경을 옮겨 적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 있는 동안 말씀과 기도 안에 충분히 머물러 봐야겠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 당신도 유라와 유빈이와 시부모님 사이에서 많이 힘들겠지만 깊게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아. 이곳은 준비가 없으면 많이 힘든 곳인 것같아.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더 많이 말해도 내 사랑은 당신을 향해 있어. 보고싶다.

07/07/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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